손에 흙이 묻으면 털어내기 바빴던 아이들은 어느새 스스로 장갑을 찾아 끼고 모종삽을 들었다.
 “간이화분을 거꾸로 들고 살살 눌러주면 뿌리와 흙이 화분 모양 그대로 나오는데, 모양을 잘 만들어서 상토에 앉혀보세요.”
 강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던 아이들은 뿌리를 담은 흙덩이가 으스러질까봐 조심조심 상토에 옮겨 담았다.
 식물 뿌리 사이에 붙어있던 나방같은 벌레들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몇 분 지나자 친숙해진 듯 엄마에게 휴대전화기를 빌려 사진도 찍었다.
 이날 식물을 직접 나눠 심으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낀 이들은 오산과 화성, 동탄에서 찾아온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이다. 세 가족 학부모와 어린이 7명은 정향풀, 섬백리향, 세덤류, 담쟁이덩굴 등을 직접 심으면서 화분 키우기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익히고,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 화분을 꾸미는 실습도 함께했다.
 행사는 경기도 물향기수목원이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무료 체험프로그램 ‘손바닥 정원 만들기’로, 6일을 시작으로, 7일·13일·14일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여러 식물을 직접 화분에 심어보고, 식재와 관리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어린이와 학부모 모두에 호응이 높다. 진행을 맡은 물향기수목원 숲해설가 김남희 강사는 “식물을 직접 심으면서 보람을 느끼고, 화분 내 식물 배치 등 디자인을 체험하면서 성취감도 가지게 된다”며 “다 만든 자기 작품은 집으로 가져가 키우면 되니까 책임감도 따른다”고 전했다.
 김남희 강사는 이날 그동안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던 식물 키우기에 대한 정보와 유지관리 노하우를 꼼꼼히 알려주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식물관리 용어 등도 상세히 가르쳐줬다. 이지현(10)·이수현(8) 두 딸과 함께 체험장을 찾은 고정희 씨는 “인터넷 지역모임 카페에서 체험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알게 돼 처음 찾아봤는데, 정말 유익하다”며 “아이들이 어려운 용어 설명을 지루해하기도 했지만, 식물을 직접 심고 가꿀수 있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전했다.
 아빠 김재협씨와 함께 온 김채원(8) 양도 그럴싸하게 꾸며진 화분을 들어보이며 “정말 재미있었다. 또 오고 싶다”며 웃었다.
 딸 홍민성(10) 어린이와 참가한 강은숙 씨도 “물향기수목원은 들어만 봤지 와본 적이 없어 궁금하던 차에 좋은 체험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체험도 즐거웠지만, 가까이에 이런 조용하고 유익한 공간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온 김에 아이와 구석구석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체험행사에 참여를 원하는 가족은 경기도 물향기수목원 방문자센터(031-378-1261)로 전화 예약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로 매회 4가족씩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농정 홈페이지(farm.gg.go.kr) 물향기수목원 코너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심해용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장은 “여름방학마다 운영하고 있는 손바닥 정원 만들기 체험은 가족과 함께 식물을 보고, 만지고, 심어보고, 집으로 가져가 관리함으로써 식물의 소중함을 알고 더불어 가족애도 함께 키울 수 있어 참가자들의 만족감이 매우 높다”며 “많은 가족들의 신청을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도 물향기수목원은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2006년 개원한 이래 매년 50여만 명이 찾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절기인 이달 31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장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