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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중증장애인의보건의료 문제와 사회복지·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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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7.01  11: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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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는 장애인의 보건의료 문제를 고민하는 단체 또는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보건의료 전문가 또는 전문가 단체들이고 사회복지 전문가 단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는 의료기관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 진단을 받거나 장애를 경험하는 환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전문가 중 하나로 장애인 보건의료 문제를 사회복지·돌봄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장애인 보건의료 정책에 관한 부분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고견을 바탕으로 국가가 책임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미흡한 부분과 사각지대가 있지만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 법률을 기반으로 뼈대와 살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책은 현장으로부터 나온다. 장애인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은 장애인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장애인 당사자의 보건의료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기반으로 해서 장애인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 중 ‘사회적으로안녕한 상태’라는 부분이 이런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사회복지사이기도 한 필자는 장애인 중에서도 재가 중증장애인의 보건의료 문제와 사회복지·돌봄의문제를 당사자 중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래전 만났던 환자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의료현장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재가 중증장애인의 보건의료 접근성문제와 사회복지·돌봄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환자의 사례를 기반으로 20여 년 전과 비교하여 어떤 부분이개선되었는지 살펴본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20여 년 전 경추 4번이 완전 손상되어 목을 움직이고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환자를 만났다. 당시 40대 초반의 나이로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을 둔 가장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낙상하여 경추를 다쳤고, 손상 부위 아래쪽으로 완전마비가 되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상태가 되었다. 1년이 넘도록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은 불가능했고,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퇴원하였는데 거주지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3층이어서 외부로의 접근성이 매우 열악했다. 환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지만 입이나 목, 어깨를 움직여 혼자 할 수 있는일들을 찾으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갔다.

가장이었던 환자가 중증 장애를 갖게 되자 가족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정부가 수급 가정으로 선정하고생계급여 등을 지원했지만, 환자의 치료와 합병증 예방에 필요한 의료 비용 마련, 성장하는 자녀들의 교육과 기타 생활을 위해 배우자가 시간제로라도 일을 해야 했다. 배우자가 일하면서 돌봄 공백이 생기자 합병증 관리가 잘되던 환자가 체위 변경을 제때 하지 못해 욕창이 생기기도 하고, 감염이나 호흡기계 문제로 열이 나 응급실에 실려 오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한번은 환자가 응급실에서 연락을 하였다. 입원할 필요가 없어 응급실에서 퇴원해도 된다고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응급실에 들어올 때는 119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퇴원 시에는 119 차량을 이용할 수 없고, 민간 이송 차량은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이용이어렵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민간 이송 차량은 집 앞까지는 환자를 데려다주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3층까지 눕는 휠체어에 타고 있는 환자를 올려주지 못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병원 구급차를 사용할수 있도록 사유서를 작성하고, 힘을 좀 쓸 수 있는 자원봉사자님과 구급차 기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환자를 집에 모셔다드린 경험이 있다. 눕는 휠체어에 환자를 옮기고 계단을 이용하여 3층까지 올라가는 일은쉽지 않았다. 성인 2~3명의 도움이 없이는 환자는 집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응급실에 올 때만이문제가 아니었고, 합병증으로 여러 과의 외래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지속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사회서비스가 다양하지 않았고, 있는 서비스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가족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있었다.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 추진 이후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서는 병원과 지역사회 연계 활성화를 위하여 정부나 지자체 단위에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건강의 유지·관리, 주거 문제, 돌봄 문제, 이동 문제(접근성), 가족지지 측면에서 위 사례를 대입해 보면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보건의료에서는 접근성의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에 방문 진료, 방문 재활, 방문 간호등 재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재가 서비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보건의료 문제가 있으므로 근본적으로는 재가 중증장애인의 외부로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 또한 물리적인 접근성이 보장되더라도 심리적 위축이나 경제적 어려움, 중증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위한 인프라 미비 등의 문제로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되는 일도 있어서 장애인의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사회복지·돌봄의 문제를 반드시함께 고민해야 한다.

재가 중증장애인에게 보건의료 서비스와 사회복지·돌봄 서비스의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활용 가능한 서비스를 촘촘하게 설계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가 제공된 이후에는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가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은 심리사회적 상담과 함께 서비스 연계, 조정, 협력, 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포함하는데 사회복지실천 지식, 기술, 가치를 기반으로 훈련된 사회복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지현 부회장(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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