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애 등록 체계에서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통칭한다. 발달장애는 뇌신경계의발달로 발생하는 장애로, 유전자가 큰 역할을 하며 어린 시절에 발견되어 이후에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발달장애는 최근 수 십 년 간에 걸쳐 점차 늘어난 것이 특징인데, 그 경향은 자폐성장애에서 더 두드러진다. 자폐성장애의 유병율은 지난 2000년 이후에 무려 417%가 증가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2023년에 미국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유병률은 어린이 36명 가운데 한 명으로 매우 흔한 장애가 되었다.

장애인을 돕기 위한 보건의료 측면에서 발달장애 영역은 아직 논의의 시작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그동안 발달장애인으로 공식적으로 등록된 사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유의다양성으로 인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과 영역이 오히려 조금 덜 명료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일 수도있겠다. 그런데 최근 교육 현장을 필두로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이슈들이 조금씩 더 논의의 중심으로들어오게 되고, 지역사회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이 조금씩 더 인식되고 것 같은 인상이다. 실제로 보건의료 측면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미충족 수요는 매우 많고 다양하며 다음과 같은 역할들에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발달장애는 평생에 걸친 생애 주기별 지원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발달장애는 보통 어린 시절에진단을 받고 미디어에서도 주로 아동을 조명하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발달장애의 이미지는 어린 아동인경우가 많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생애의 더 많은 부분을 성인으로 보낸다. 발달장애인들도 모두 성인이 되고장년기를 거쳐 노인이 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가장 많은 시기는 성인기이다.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성인을 위한 지원이나 노화와 그 이후의 의학적 지원에 대한 연구 및 실행 계획도 불분명하다. 의학적인문제의 치료뿐 아니라 생활습관 관리, 건강 검진 등 예방적인 차원의 도움도 동시에 필요하다. 초고령 사회로접어드는 우리 사회에서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장년기의 발달장애, 그리고 발달장애 노인을 위한 고민을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발달장애인 한 명을 돌보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내에서의 융통성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특히중증장애일수록 뇌전증과 같은 다른 뇌신경계 공존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운동신경의 문제, 만성소화기계 증상, 수면문제, 과체중과 비만, 대사증후군과 같은 생활 습관 관련 질병들도 더 많다. 실제로발달장애인의 의료비는 비장애인보다 더 높고, 반면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더 낮다는 보고가있다. 또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치과 치료를 필두로 하여 의학적인 시술 과정이 상대적으로 어렵고타고난 의학적 동반질환들도 많으므로 의료적인 개입을 할 때 이에 대해서도 더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발달장애 자체를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 분야 간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하겠다.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라는 큰 틀이형성되었으니, 이 안에서 주장애와 의학적 장애에 대한 개입을 담당할 실행적인 전략들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의료시스템은 근거 중심의 의학을 확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는 소위‘완치’가 어려운 뇌신경의 장애로, 아직은 핵심증상들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는 생물학적 치료방식이 아직확립되지 않았다. 모든 난치성 장애들이 그러하듯이, 발달장애 역시 근거가 없는 각종 보완대체요법, 혹은사이비에 가까운 요법들이 절박한 보호자들을 유혹하며 일부는 너무 그럴듯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자녀를그런 요법에 맡기곤 한다. 의료인, 나아가 의료 시스템의 역할은 근거에 기반한 개입이 확립되고 확산될 수있는 체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꼼꼼한 감시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일선의 의료인들 역시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들이 근거 중심의 개입을 구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게 되려면, 발달장애인들을 주로 진료하는 소아정신과 의사들 뿐 아니라 성인들을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나아가 다분야 의료 전문가들이 발달장애에 대해 좀 더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발달장애는 더 이상 드물지 않으며 우리는 지금도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유희정 부회장

(현) (사)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부회장

(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

(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현) 한국자폐학회 부회장